세 개의 국제 우표가 붙은 편지지, 각기 다른 나라와 디자인으로 구성됨.

너는 날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줘

내일은 너의 첫 번째 생일이야. 너와 함께한 시간이 1년이 되었네. 순간 하나하나 되돌아갈 수 없으니, 돌아볼 뿐이지. 돌아봤을 때 많은 순간이 떠오른다면 좋을 텐데. 차라락 넘어가는 회전식 영사기처럼.

기억나는 건 몇 순간밖에 안돼. 아쉬운 마음이야. 너에게 더 많이 편지를 썼었더라면. 잘 쓰려다 결국 몇 통 쓰지도 못했지. 이렇게 비어버린 시간만 남을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이 쓸걸.

이제라도 알았네. 네가 내게 머물렀던 마음의 장면, 온도. 그것을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고, 아끼는 일일 거야.

어느새 보리알 같은 눈은 한껏 부드러운 선이 되었어. 네가 웃을 때면 함빡 동그래지는 입과 눈을 기억하고 있어. 네가 웃을 때마다 자세히 바라봐서 그랬던 걸까. 다행이야. 눈을 감아도 떠올릴 수 있어.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반들반들 깨끗이 넓은 이마 위에 올려진 ㅅ자 모양의 네 앞머리야. 자른 지 꽤 된 것 같은데, 앞머리만 천천히 자라는지. 살포시 얹힌 네 머리카락이 좋아. 아직 숫도 얼마 없어 쓰다듬을 때면 반은 이마를 만지는 거긴 해. 그렇게 일없이 어루만지며 대칭을 만들고 혼자 뿌듯해하곤 하지.

형도 너처럼 호기심이 많았나. 형 때는 어땠는지 기억도 잘 안 나더라.

너는 참 바쁜 아이야. 형도 따라다녔다가, 부스럭 소리가 나면 엄마 쪽으로 갔다가. 어느새 내 종아리에 매달려서 이리저리 둘러보곤 하지.

나는 네가 빨빨거리며 기어다니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 궁금한 것도 많은지. 손바닥은 착착 무릎은 쿵쿵대며 돌아다니는데, 아직 걷는 게 어색하니 답답할 만도 해.

나는 저 멀리 있는 너와 눈이 마주치는 일을 좋아해. 허리를 구부리고 손뼉을 치며 두 손을 네게 쭉 내밀면 너는 함빡 웃으며 내게 달려와. 그럼 네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천장까지 들었다 놨다 하는데, 그렇게 서너 번 하고 너를 안으면, 너는 품 안에 쏙 들어와 있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오늘도 별일 없는 집안 순시를 시작하고.

돌잔치 날 한 마디 하라길래, 얼떨결에 이런 말을 했어. 둘째라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고, 네가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도록 사랑하겠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어. 여전히 내가 너를 바라보는 마음은 미안함이 가장 큰 것이려나.

아빠도 둘째 아빠는 처음이라, 원래 이런 건지. 그래도 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미안함은 아니었으면 싶기도 하고. 잘해주고 있음-이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는데. 정말 없는 신에게라도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야. 보다 더,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도와주십쇼.

왜 너를 향한 편지는 이렇게 다짐으로 끝나는 건지 참. 하지만 나는 널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책임을 지고 싶어. 난 널 그만큼 아끼고 싶고, 내 모든 것을 다해 가장 좋은 걸 전해주고 싶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면 늘 생각하는 거지만, 너는 더 특별히,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줘. 고맙고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될게. 첫 생일을 축하해.

26년 6월 18일

아빠가

파란색 필기체로 작성된 'lolettern' 텍스트 로고.